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제 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CBAM은 탄소배출에 따른 비용을 국경에서 부과하는 제도로, 글로벌 무역구조에 구조적 변화를 야기할 핵심 정책 중 하나로 평가된다.
본 글에서는 CBAM의 구조적 메커니즘과 글로벌 산업·무역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분석한다.
1. CBAM의 정책적 배경
EU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역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한편, 탄소규제를 회피하는 '탄소누출(Carbon Leakage)'을 방지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탄소누출이란, 엄격한 환경규제가 적용되는 지역에서 기업들이 생산을 규제가 느슨한 국가로 이전하거나,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의 수입이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CBAM은 이러한 현상을 억제하고, 글로벌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한 무역 연계형 탄소규제 정책이다.
2. CBAM의 구조적 작동 원리
CBAM은 역내 기업이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환경 비용을 수입 제품에 부과하는 구조를 갖는다. 주요 적용 방식은 다음과 같다:
- 대상 품목: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력, 수소 등 탄소집약적 제품
- 탄소배출량 산정: 수입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 인증서 구매 의무: 해당 배출량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 구입
- 단계적 확대: 초기 일부 품목·산업에 적용 후 점진적 대상 확대 예정
CBAM은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계되어, 역내·역외 기업 간 동일한 탄소비용 부담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3. 글로벌 무역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
CBAM은 다음과 같은 경로로 글로벌 산업·무역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1) 수출 기업의 비용 증가
CBAM 대상 제품을 EU에 수출하는 기업은 추가적인 탄소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생산원가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2) 저탄소 기술 투자 촉진
탄소배출 저감이 곧 수출 경쟁력으로 직결됨에 따라, 저탄소 공정·친환경 기술 도입이 가속화된다.
(3) 생산거점 이전 압력 강화
탄소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에서의 생산이 불리해질 수 있으며, 일부 기업은 생산시설을 탄소규제 기준이 높은 지역으로 이전할 가능성도 있다.
(4) 국제 무역갈등 및 보호주의 심화
개도국을 중심으로 CBAM을 비관세장벽 또는 새로운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로 간주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5) 글로벌 공급망 구조조정
탄소배출량 정보의 투명한 관리, 공급망 전반의 저탄소화 요구로 인해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편이 예상된다.
4. 주요국의 대응 전략
(1) 유럽연합(EU)
- 2023년 CBAM 시범운영 개시
- 2026년부터 본격 시행 예정
- 단계적 품목 확대 및 제도 고도화 계획
(2) 대한민국
- '탄소국경조정 대응 로드맵' 수립
- 산업계 저탄소 전환 지원 정책 강화
- 제품 탄소인증 및 배출량 모니터링 체계 구축
(3) 중국
- CBAM에 대한 강한 반대 입장 표명
- 탄소중립 목표를 고려한 산업 전환 병행
- 자국 내 탄소시장 강화 추진
(4) 미국
- 자국 내 탄소조정 메커니즘 도입 논의
- EU와의 정책 연계 가능성 검토
CBAM은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차원의 정책 파급력을 지닌다.
5. 전망 및 정책적 시사점
CBAM의 확산은 다음과 같은 구조적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글로벌 통상환경의 '탄소기준' 강화
- 저탄소 기술 확보 여부에 따른 산업 경쟁력 재편
- 제품 생산단계의 탄소정보 관리체계 표준화
- 개도국의 탄소중립 이행 압력 증대
이에 따라, 기업과 국가 차원에서의 선제적 대응, 기술 혁신, 정책 협력이 필수적이다.
결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탄소중립과 글로벌 무역을 연결하는 핵심 정책으로, 산업구조·기술경쟁력·국제협력 구도에 구조적 영향을 미친다. CBAM의 실질적 효과와 글로벌 확산 속도는 국가별 대응 역량과 국제 사회의 정책 조율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